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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39계단 · 잘못 든 도랑

예상 필사 시간 · 약 25분

5월의 그날 오후 세 시쯤, 나는 삶에 단단히 질린 채 시내에서 돌아왔다. 고국에 온 지 석 달이 지났고 이제는 완전히 싫증이 났다. 일 년 전 누가 내게 이런 기분을 느끼게 되리라고 말했다면 비웃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랬다. 날씨는 속을 뒤틀리게 했고 평범한 영국인의 대화는 나를 진저리 나게 했다. 운동은 턱없이 부족했고, 런던의 오락은 햇볕 아래 오래 놓아둔 탄산수처럼 김이 빠져 있었다.

“리처드 해니.” 나는 자꾸 자신에게 말했다. “친구, 자네는 도랑을 잘못 들었어. 얼른 기어 나오는 편이 좋겠군.”

지난 몇 해 동안 불라와요에서 세웠던 계획들을 생각하면 입술을 깨물게 되었다. 돈도 모았다. 큰 부자는 아니었지만 내게는 충분했다. 그리고 그것을 즐길 갖가지 방법을 상상해 두었다. 아버지는 내가 여섯 살 때 스코틀랜드에서 나를 데리고 나갔고, 그 뒤로 한 번도 고향에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영국은 내게 《아라비안나이트》 같은 곳이었고, 나는 남은 평생을 여기서 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실망했다. 일주일쯤 지나자 명소 구경에 싫증이 났고, 한 달도 되기 전에 식당과 극장과 경마 대회에 질렸다. 함께 돌아다닐 진짜 친구가 없었다는 것이 아마 이유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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