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킴 · 잠자마 대포 위의 아이
예상 필사 시간 · 약 20분
그는 시의 명령을 거스르고 잠자마 대포에 걸터앉아 있었다. 대포는 오래된 아자이브 게르, 곧 현지 사람들이 ‘경이의 집’이라 부르는 라호르 박물관 맞은편의 벽돌 받침대 위에 놓여 있었다. ‘불을 뿜는 용’ 잠자마를 차지한 자가 펀자브를 차지한다. 거대한 녹청색 청동 대포는 정복자가 가장 먼저 빼앗는 전리품이기 때문이다.
킴에게도 그럴 만한 이유가 조금은 있었다. 그가 대포의 포축에서 랄라 디나나트의 아들을 발로 차 떨어뜨린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영국인이 펀자브를 지배했고, 킴은 영국인이었다.
토박이 누구 못지않게 햇볕에 검게 탔고, 영어보다 현지 말을 즐겨 썼으며, 모국어조차 끊어지고 불확실한 노랫가락처럼 말하고, 시장의 어린 소년들과 완전히 대등하게 어울렸지만 킴은 백인이었다. 가장 가난한 백인 가운데에서도 지독히 가난한 백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