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위대한 유산 · 나는 핍이라고 불렸다
예상 필사 시간 · 약 25분
아버지 집안의 성은 피립이고 내 세례명은 필립이었지만, 어린 내 혀는 두 이름을 합쳐 핍보다 더 길거나 분명한 말로 발음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핍이라 불렀고, 사람들도 나를 핍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아버지의 성이 피립이라는 사실은 아버지의 묘비와 대장장이와 결혼한 누나 조 개저리 부인의 말을 근거로 한 것이다. 나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본 적이 없고 두 분의 초상도 본 적이 없었기에, 사진이 생기기 훨씬 전에 돌아가신 두 분의 모습을 묘비에서 터무니없이 상상했다. 아버지 묘비의 글자 모양을 보고 아버지는 네모진 체격에 몸집이 크고 피부가 검으며 곱슬거리는 검은 머리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위 사람의 아내 조지애나도 이곳에 잠들다”라는 비문의 글씨와 그 굽은 모양을 보고는 어머니가 주근깨가 있고 병약했을 것이라는 어린애다운 결론을 내렸다. 두 분의 무덤 곁에 한 줄로 가지런히 놓인, 길이가 각각 한 자 반쯤 되는 작은 마름모꼴 돌 다섯 개는 아주 일찍 삶을 꾸려 가는 보편적인 투쟁을 포기한 다섯 어린 남동생을 기리는 것이었다. 그 돌들 덕분에 나는 동생들이 모두 등을 대고 누운 채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모습으로 태어나 이 세상에 있는 동안 한 번도 손을 꺼내지 않았다고 경건하게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