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토끼 굴 아래로
예상 필사 시간 · 약 25분
앨리스는 언니 곁의 둑에 앉아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데 몹시 싫증이 나기 시작했다. 한두 번 언니가 읽는 책을 들여다보았지만 그림도 대화도 없었다. “그림도 대화도 없는 책이 무슨 소용이지?” 앨리스는 생각했다.
그래서 앨리스는 뜨거운 날씨 탓에 몹시 졸리고 멍한 가운데, 일어나 데이지꽃을 꺾어 화환을 만드는 수고를 들일 만큼 그것이 즐거울지를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분홍 눈을 가진 흰 토끼 한 마리가 곁을 쏜살같이 지나갔다.
그 자체로는 그리 놀랄 일이 아니었다. 토끼가 “이런! 이런! 늦겠어!”라고 혼잣말하는 것을 듣고도 앨리스는 아주 이상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나중에 돌이켜 보고서야 마땅히 놀랐어야 했다고 생각했지만, 그 순간에는 모든 것이 아주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나 토끼가 실제로 조끼 주머니에서 시계를 꺼내 들여다보고는 다시 서둘러 달려가자 앨리스는 벌떡 일어났다. 조끼 주머니가 있거나 그 속에서 꺼낼 시계를 가진 토끼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기 때문이다. 호기심에 불탄 앨리스는 들판을 가로질러 토끼를 뒤쫓았고, 다행히 울타리 밑의 커다란 토끼 굴로 토끼가 쏙 들어가는 모습을 겨우 볼 수 있었다.
다음 순간 앨리스도 그 뒤를 따라 굴로 뛰어들었다. 대체 어떻게 다시 나올지는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은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