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필사
해저 2만 리 통필사 — 첫 기록
파이롯트 커스텀 74와 누들러스 베이 스테이트 블루로 창난지에 옮겨 쓰기 시작한 쥘 베른의 『해저 2만 리』 통필사 기록입니다.



오늘은 쥘 베른의 『해저 2만 리』 통필사를 시작한 기록을 남긴다. 파이롯트 커스텀 74에 누들러스 베이 스테이트 블루를 넣고 창난지에 옮겨 썼다. 사진에 담긴 초반부에는 세계 여러 바다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물체가 목격되고, 그것이 생물인지 암초인지조차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학계와 언론의 논쟁이 점점 커지는 과정이 이어진다.
이 대목은 아직 노틸러스호의 정체가 드러나기 전이다. 오래된 목격담과 항해 기록, 여러 선박의 사고가 차례로 제시되고, 사람들은 흩어진 정보만으로 미지의 존재를 설명하려 한다. 믿는 쪽과 의심하는 쪽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다가 스코샤호가 정체불명의 물체와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소문처럼 취급되던 이야기가 현실적인 위험으로 바뀐다. 숫자와 날짜, 선박 이름이 많이 등장하는 부분이라 직접 옮겨 쓰니 사건이 쌓이는 순서가 더 또렷하게 보였다.
한 권을 시작했다고 해서 다른 책을 모두 덮어두지는 않는다. 나는 한 작품만 빠르게 끝내기보다 여러 권을 문어발처럼 펼쳐두고, 그날 손이 가는 책을 조금씩 읽고 쓰는 병렬독서를 좋아한다. 『모비 딕』을 통필사하는 중에도 『해저 2만 리』를 새로 시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두 작품 모두 바다를 다루지만, 하나는 포경선의 생활과 인간의 집념을 따라가고 다른 하나는 과학과 탐험, 아직 설명되지 않은 존재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여러 책을 번갈아 읽으면 한 권의 진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다. 대신 오래 같은 작품에 붙들려 생기는 피로가 줄고, 서로 다른 문체와 분위기를 오가며 다시 책을 펼칠 이유가 생긴다. 통필사 역시 완성 시점을 앞당기는 일보다 각 책으로 돌아갈 자리를 꾸준히 남겨두는 쪽에 가깝다. 오늘 몇 문단을 쓰고 다른 날 『모비 딕』으로 돌아가더라도, 이 페이지가 다음 문장을 시작할 위치를 기억해 준다.
베이 스테이트 블루는 사진에서도 강한 존재감이 느껴지는 선명한 청색이다. 창난지의 밝은 바탕 위에서 푸른색이 맑고 또렷하게 드러나며, 획이 겹치거나 잉크가 조금 더 모인 부분은 짙은 코발트빛으로 깊어진다. 긴 문단을 채워도 글자가 흐릿해지지 않고, 바다와 잠수함을 향해 이야기가 나아가는 『해저 2만 리』의 첫인상과도 잘 어울렸다.
파이롯트 커스텀 74는 한 페이지에 많은 문장을 이어 쓰는 동안 가볍게 다루기 좋았다. 사진 속 펼침면에는 항해 기록과 해양 괴물 논쟁, 스코샤호 사고에 이르는 흐름이 이어져 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사진에서는 작은 글씨의 간격과 베이 스테이트 블루의 실제 색감을 가까이 볼 수 있다. 앞으로도 한 작품만 서두르기보다 여러 책 사이를 천천히 오가며, 『해저 2만 리』의 긴 항해를 한 페이지씩 이어갈 생각이다.
펜 파이롯트 커스텀 74
잉크 누들러스 베이 스테이트 블루 (Noodler's Baystate Blue)
종이 창난지
책 쥘 베른 『해저 2만 리』
범위 제1부 초반 — 통필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