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필사
모비 딕 통필사 — 33장 후반부
파이롯트 커스텀 823 F닙과 디아민 프러시안 블루로 창난지에 옮겨 쓴 『모비 딕』 33장 후반부의 필사 기록입니다.


오늘은 『모비 딕』 33장의 거의 끝부분까지 필사를 이어갔다. 32장 「고래학」에서 고래의 종류를 길게 분류한 뒤, 33장에서는 포경선 안의 직책과 관습, 선장이 지닌 권위에 관한 설명이 이어진다. 사진에 담긴 부분은 선원들이 생활하는 자리의 차이에서 시작해, 긴 항해에서 선장의 명령과 위엄이 어떻게 유지되는지를 살피는 대목이다.
이 장에서 멜빌은 포경선을 단순히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탄 배로 그리지 않는다. 선장과 간부 선원, 일반 선원 사이에는 식사하고 쉬는 장소부터 분명한 경계가 있고, 그 구분은 배 안의 질서를 눈에 보이는 형태로 만든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는 만큼 선장의 권위는 직함만으로 생기지 않고, 선원들이 공유하는 관습과 묵시적인 동의 위에서 유지된다.
한 문장씩 옮겨 쓰니 선장을 둘러싼 설명이 단순한 직업 소개에서 점차 권력에 관한 이야기로 넓어지는 흐름이 잘 보였다. 겉으로는 평범하거나 다른 사람보다 부족해 보이는 사람도 배 위에서는 절대적인 권위를 행사할 수 있고, 그 힘은 개인의 성품보다 그가 맡은 자리에서 나온다. 멜빌은 왕과 장군의 사례까지 끌어오며 사람들이 한 인물에게 위엄을 부여하는 방식과, 그 권위가 얼마나 강력하게 작동하는지를 길게 돌아본다.
앞 장의 고래 분류가 명칭과 특징을 하나씩 정리하는 기록에 가까웠다면, 33장은 배 안의 질서를 통해 사람들의 집단을 분류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누가 어디에서 쉬는지, 누구와 식사하는지, 누구의 말에 복종하는지가 모두 하나의 구조를 이룬다. 이야기의 큰 사건이 진행되는 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에이해브가 피쿼드호에서 행사할 영향력을 이해하기 위한 바탕이 차분히 놓이는 부분이다.
이번에도 파이롯트 커스텀 823 F닙과 디아민 프러시안 블루, 창난지를 사용했다. 한 페이지에 문장이 빽빽하게 들어가는 부분이라 F닙으로 글자 크기를 작게 유지했고, 프러시안 블루의 차분한 남청색 덕분에 긴 문단도 무겁게 뭉치지 않고 또렷하게 보였다. 획이 겹친 곳은 어두운 청색으로 깊어지고, 빠르게 지나간 부분은 푸른 기운이 조금 더 남아 가까이 볼 때 미세한 농담이 드러난다.
첫 번째 사진에는 33장 후반부를 채운 페이지 전체와 오늘 사용한 만년필을 함께 담았다. 두 번째 사진은 선장의 권위와 관행을 설명하는 부분을 가까이 찍어, 작은 글씨의 간격과 F닙의 선 굵기, 프러시안 블루의 실제 색이 보이도록 했다. 장의 끝이 가까워질수록 한 페이지 안에 담긴 생각도 점점 넓어져서, 다음 필사에서는 33장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장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
펜 파이롯트 커스텀 823 F닙
잉크 디아민 프러시안 블루
종이 창난지
책 허먼 멜빌 『모비 딕』
범위 33장 후반부 — 통필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