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앵무 필사도감 바로가기
← 모든 기록

데일리 필사

모비 딕 통필사 — 31장 초입

파이롯트 커스텀 823 F닙과 디아민 프러시안 블루로 창난지에 옮겨 쓰는 『모비 딕』 31장 「매브 여왕」 초입의 필사 기록입니다.

『모비 딕』 31장 「매브 여왕」 초입 필사
『모비 딕』 31장 「매브 여왕」 초입 필사
디아민 프러시안 블루로 쓴 31장 초입의 글씨 확대
디아민 프러시안 블루로 쓴 31장 초입의 글씨 확대

『모비 딕』 통필사를 이어가며 31장 「매브 여왕」의 초입을 쓰고 있다. 31장은 스터브가 플래스크에게 지난밤의 이상한 꿈을 들려주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에이해브의 상아 다리에 걷어차인 일이 꿈속에서 엉뚱하게 변주되고, 불쾌해야 할 경험을 뜻밖의 영광처럼 해석하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앞 장들에서 무겁게 쌓였던 긴장이 스터브의 수다와 과장된 상상 속에서 잠시 다른 리듬으로 바뀌는 대목이다.

눈으로 읽을 때는 꿈 이야기가 조금 우스꽝스럽게 지나갔지만, 한 문장씩 옮겨 쓰니 스터브가 두려움을 다루는 방식이 더 잘 보였다. 그는 에이해브에게 느끼는 불안과 모욕감을 정면으로 설명하기보다 농담과 허풍으로 바꿔 말한다. 현실에서 받은 충격을 꿈속의 이야기로 다시 꾸미고, 결국 자신에게 견딜 만한 의미를 붙이는 과정이 길고 빠른 말투 안에 담겨 있다. 통필사는 이런 인물의 말버릇과 감정의 방향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게 한다.

이번에도 파이롯트 커스텀 823 F닙에 디아민 프러시안 블루를 넣고 창난지에 썼다. F닙은 긴 대화가 이어지는 부분에서도 글자 크기를 무리 없이 유지하기 좋았고, 커스텀 823의 안정적인 무게감 덕분에 펜을 세게 누르지 않고도 획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한 페이지에 문장이 촘촘히 들어가지만 가는 닙이라 자소 사이가 쉽게 뭉치지 않아 읽기 편한 결과가 나왔다.

프러시안 블루는 전체 사진에서는 차분한 남청색으로 보이고, 가까이 찍은 사진에서는 획이 겹치는 부분의 짙은 색과 가볍게 지나간 부분의 푸른 기운이 조금 더 잘 드러난다. 검정에 가까울 만큼 무겁지는 않으면서 긴 문단을 안정적으로 받쳐주는 색이라, 빠르게 이어지는 스터브의 꿈 이야기를 차분하게 정리해 주는 느낌이 들었다. 창난지에서도 글자 윤곽이 또렷하게 남아 작은 글씨로 통필사를 계속하기에 잘 맞았다.

첫 번째 사진에는 31장 초입을 옮겨 쓰고 있는 페이지 전체와 현재 분량을 담았다. 두 번째 사진은 글씨를 가까이 촬영해 F닙의 선 굵기와 프러시안 블루의 실제 색감이 보이도록 했다. 아직 31장을 쓰는 중이므로, 오늘 기록은 완성된 장의 감상이라기보다 한 페이지씩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에 가깝다. 긴 책을 끝까지 옮기는 일은 눈에 띄는 진도보다 이렇게 짧게라도 자리를 잡고 다음 문장을 쓰는 데서 이어진다.

펜 파이롯트 커스텀 823 F닙

잉크 디아민 프러시안 블루

종이 창난지

책 허먼 멜빌 『모비 딕』

범위 31장 「매브 여왕」 초입 — 통필사 중

문의하기